"비포 선셋"은 9년 전 비엔나에서 하룻밤을 보낸 제시와 셀린이 파리에서 우연히 재회하며, 짧은 시간 동안 진심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등장인물 줄거리 감상평 ost로 영화를 알아보았습니다
1. 등장인물
제시 (Jesse) : 미국인 작가. 9년 전, 유럽 기차 안에서 만난 여자와 단 하룻밤을 보내고 평생을 기억하며 살아간 남자. 책을 통해 그녀를 떠올리며 현실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셀린 (Céline) : 프랑스 파리에서 살아가는 여성.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시선을 가진 그녀는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사랑에 대해선 여전히 조심스럽다. 9년 전 그 하룻밤 이후, 마음 한편은 늘 비워둔 채 살아왔다.
2. 줄거리
파리의 한 작은 서점. 제시는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방문했다. 겉으로는 작가로서 성공했고, 가정도 꾸렸으며,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눈은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셀린이 나타난다. 9년 전, 비엔나에서의 단 하룻밤 이후 처음 보는 얼굴. 둘 사이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바뀐다. 서점에서 나와 파리의 거리를 함께 걷기 시작하는 그들. 말수가 적었던 첫 몇 분은 어색하다. 그러나 곧 대화는 폭발하듯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간의 삶, 놓쳐버린 약속, 그날 이후 반복적으로 되새겼던 기억들, 현실의 무게, 그리고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감정들.카페, 보트, 자동차. 장소는 바뀌지만 대화는 멈추지 않는다. 마치 서로의 인생을 다시 직조하려는 듯, 그들은 숨겨뒀던 진심을 조심스럽게 꺼내어놓는다. 때로는 웃음 짓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영화의 마지막, 셀린의 집에 도착한 제시는 떠날 시간을 앞두고 있다. 기타를 들고 그녀가 노래를 부른다. 그 멜로디는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다. 9년간 품어온 감정의 결정체다. 셀린은 말한다. “너, 비행기 놓치겠다.” 제시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미소 짓는다.
3. 감상평
"비포 선셋" 은 겉으로 보기엔 두 남녀의 산책 같지만, 그 안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고,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흐른다. 이 영화는 대사로 시작해 대사로 끝나지만, 그 사이의 침묵 이야말로 진짜 이야기다. 9년이라는 시간은 삶을 바꿔놓는다. 두 사람 모두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서로를 마주한 순간, 멈춰 있던 무언가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둘은 마치 상대방 안에서만 살아 있는 시간의 일부 같다. 현실 속에서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날 이후 멈춰버린 장면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사랑을 환상으로만 그리지 않고, 그 속에 존재하는 무력감과 후회, 두려움까지 함께 보여준다. 무엇보다 감정이 과장되지 않아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대화는 철학적이기도 하고, 때론 일상적이지만, 결국엔 둘 사이의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를 줄이는 과정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비행기를 놓치게 될 제시의 선택은 관객이 직접 해석해야 한다. 그는 돌아갔을까, 아니면 남았을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선택보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간직하며 살아가느냐다. 그 감정은 어떤 조건에서도 꺼내어질 수 있으며, 때로는 한 곡의 노래나, 한 마디 말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비포 선셋" 은 말보다 감정을, 사건보다 공기를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다. 삶이 가끔은 너무 현실적이라 지치고 외로울 때, 이 영화는 조용히 속삭인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당신이 정말 원했던 그 순간으로 다시 걸어갈 수 있다고.
4. OST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많지 않지만, 단 하나의 곡만으로도 이 영화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바로 셀린 역의 줄리 델피가 직접 작곡하고 부른 ‘A Waltz for a Night’. 그녀가 제시 앞에서 기타를 치며 부르는 이 노래는, 9년간 쌓인 마음의 편지를 열어보이는 순간이다.
Let me sing you a waltz
Just a waltz about our one night stand...
그 장면은 음악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다. 사랑의 고백이자, 이별의 전조일 수도 있는 그 멜로디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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